추석 산불, 연휴보다 ‘벌초철’이 위험…성묘객 산불 80% 3주 전부터 집중
국립산림과학원 2011~2025년 성묘객 산불 182건 분석
추석 2~3주 전부터 위험 증가…묘지 밀집·인접지역일수록 발생 확률 높아
안동·합천·포천 등 고위험 지역 확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성묘객으로 인한 산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직전뿐 아니라 벌초와 사전 성묘가 본격화되는 2~3주 전부터 산불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5년간인 2011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성묘객 산불 182건을 분석한 결과, 추석과 관련한 성묘객 산불의 약 80%가 추석 3주 전부터 추석 연휴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석의 경우 다른 명절보다 산불 위험이 일찍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거나 미리 성묘하는 사람이 많아 실제 묘지 방문 시기가 연휴보다 상당히 앞서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추석 산불 위험, 3주 전부터 올라간다
성묘객 산불을 추석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분석한 결과 추석 14~21일 전에 발생한 산불이 가장 많았고, 추석 1~7일 전이 뒤를 이었다.
통상 명절 산불 위험을 ‘연휴 기간’에 집중해 생각하기 쉽지만 추석은 벌초라는 특성 때문에 위험시점이 앞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설·청명·한식·추석 등 4대 명절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는 명절 1~7일 전 발생한 성묘객 산불이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명절 연휴 기간이 35건, 명절 8~14일 전이 24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추석은 연휴가 임박하기 전부터 성묘객의 산림 주변 활동이 늘어난다는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추석 산불 예방대책 역시 연휴 직전에 집중하기보다 최소 3주 전부터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벌초 과정에서 묘지 주변의 마른 풀과 잡목 등을 정리하면서 화기를 사용하거나, 성묘 과정에서 불씨가 발생할 경우 주변 산림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묘지 많고 가까울수록 산불 발생 확률 높아
이번 연구에서는 산불이 발생한 시점뿐 아니라 ‘어디에서 위험이 높은지’도 분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묘지 위치와 실제 성묘객 산불 발생 지점의 공간정보를 비교한 결과, 묘지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성묘객 산불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산림과 묘지 사이의 거리도 영향을 미쳤다. 묘지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성묘객 산불이 단순히 특정 시기의 기상조건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묘지의 분포와 사람의 이동·활동이라는 공간적 요인과도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국에 동일한 수준으로 산불 감시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보다 추석 전에는 묘지가 밀집하고 산림과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안동 3만4974㏊·합천 3만1660㏊ ‘고위험’
지역별 위험도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분석 결과 성묘객 산불 발생 확률이 0.5를 초과하는 고위험 지역은 경상권과 경기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했다.
대표적으로 경북 안동시의 고위험 지역은 3만4974㏊로 나타났으며, 경남 합천군은 3만1660㏊, 경기 포천시는 2만3082㏊로 분석됐다.
이들 지역은 단순히 과거 산불이 많이 발생한 지역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묘지 위치와 밀도, 산불 발생지점 등의 공간정보를 토대로 위험도가 높게 분석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러한 분석 결과를 실제 산불 예방에 활용한다면 추석을 앞둔 기간에 고위험 지역의 순찰과 감시를 집중하거나 성묘객을 대상으로 화기 사용 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등의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위험지도’가 실제 산불 감소로 이어지려면
이번 분석은 성묘객 산불의 위험 시기와 공간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추석 연휴에 조심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경고에서 벗어나 추석 약 3주 전부터 위험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시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만 고위험 지역을 찾아내는 것과 실제 산불을 줄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산불 발생은 묘지 분포뿐 아니라 당시 강수량과 습도, 풍속, 산림 내 연료의 건조 정도, 방문객 규모와 화기 사용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공간분석에서 산불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난 지역이라고 해서 실제 산불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곳에서도 기상조건과 사람의 부주의가 겹치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위험 지역의 감시 인력을 실제로 확대했을 때 산불 발생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기상조건과 성묘객 이동량 등을 함께 반영하면 위험예측의 정확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추석 성묘객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과 달리 사람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예방의 중요성이 크다.
안수정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추석 전 3주간은 성묘객 산불 위험이 특히 높은 시기인 만큼 고위험 시군을 중심으로 산불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벌초나 성묘 시 화기 사용을 삼가 산불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분석대로라면 추석 산불 예방의 시작점은 연휴가 아니다. 성묘객의 발길이 산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추석 3주 전’부터가 사실상 산불 특별관리 기간인 셈이다.
